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숫자 ‘오만(五萬)’, 감정을 담다

의미지 2025. 6. 29. 17: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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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순한 숫자일 뿐일까요?

“진짜 오만가지 생각이 다 들어.”


이런 말, 들어보신 적 있으시죠?

단순히 ‘생각이 많다’는 뜻을 넘어, 마음 안에서 수많은 감정이 한꺼번에 밀려오는 순간에

우리는 자연스럽게 이렇게 말하곤 합니다.

기대, 걱정, 설렘, 후회, 아쉬움… 딱 하나로 설명하기 어려운 복잡한 마음.

그 모든 감정이 동시에 밀려올 때, 숫자 ‘오만(五萬)’이라는 말이

그 감정을 꾹꾹 눌러 담은 그릇이 되어줍니다.

 

 

오만가지 생각, 오만가지 감정

사실 ‘오만’은 숫자로 보면 50,000이라는 수치입니다.

5 뒤에 0이 네 개나 붙은 큰 수죠.

그런데 우리말에서는 ‘오만’이 단순한 숫자를 넘어서 복잡한 감정이나 상태,

수많은 상황을 표현하는 말로 자주 쓰입니다.

말 그대로 ‘말그릇’이 되어버리는 거예요.

예를 들어볼까요?

“오만상을 다 짓는다.”


이 말은 한 가지 감정을 표현하는 게 아니에요.

억울함, 화남, 슬픔, 속상함 등 수많은 감정이 얼굴 위에서 한꺼번에 튀어나온 모습이죠.

표정을 보지 않아도 그 사람의 상태가 눈앞에 그려지는 표현입니다.

“오만 군데를 다 돌아다녔다.”


이 말 역시 단순히 ‘여러 곳을 갔다’는 걸 넘어서, 애쓰고 수고한 마음, 지친 몸 상태까지 함께 담은 말입니다.

하루 종일 여기저기 돌아다닌 사람의 고단함이 느껴지지 않나요?

이처럼 ‘오만’은 단순히 수량이 많다는 의미를 넘어서,

그 상황의 복잡함, 감정의 강도까지 함께 전해주는 우리말의 표현력을 보여줍니다.

 

 

숫자에 감정을 담는 우리말의 힘

사실 ‘오만’만 그런 게 아니에요. 우리말에는 숫자에 감정을 담아내는 표현이 참 많습니다.

“천만다행이다”는 말, 정말 천만 번 다행이란 뜻일까요?

아니죠. 정말 큰일 날 뻔했는데 가까스로 잘 넘겼을 때 나오는 안도감,

휴— 하고 숨 돌리는 감정이 들어간 말이에요.

 

“백 번은 들었다”는 말도 진짜 백 번 들었다기보다는,

너무 많이 들어서 이제는 지겹다는 뜻이 숨어 있죠.

 

“구만리 같은 앞길”은 어떨까요?

앞으로 가야 할 길이 까마득하고 멀게 느껴질 때,

심리적인 거리감과 부담감까지 함께 담아 전하는 말입니다.

 

 

숫자, 그 이상을 담은 말

이렇게 보면 숫자는 단지 수를 세는 도구가 아니라, 마음을 표현하는 언어가 되기도 합니다.

‘오만’이라는 숫자도 마찬가지예요.

그 안에는 셀 수 없이 많은 감정, 생각, 기억, 노력… 말로는 다 표현할 수 없는 ‘무언가들’이 들어 있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오만가지 생각, 오만가지 정성, 오만가지 소리 같은 표현을 쓰면서 마음을 꾹꾹 눌러 담습니다.

이게 바로 우리말의 매력 아닐까요?

수치가 감정이 되고, 숫자가 풍경이 되는 말의 힘.

 

 


 

우리는 종종 숫자에 기대어 감정을 표현합니다.

‘오만가지 생각이 든다’는 말 속에는 복잡한 마음이 숨어 있고,

‘천만다행’이라는 말 한 마디에도 깊은 감정이 녹아 있죠.

이런 표현들을 보면, 우리말은 정말 마음을 담는 언어라는 생각이 듭니다.

여러분은 요즘 어떤 ‘오만가지’ 감정을 안고 살아가고 있나요?

 

혹시 다른 숫자 표현 속 우리말의 감정이 궁금하다면,

국립국어원 홈페이지나 우리말 어원 관련 자료에서 더 찾아보는 것도 좋겠죠.

새로운 단어가, 새로운 감정이, 우리 안에서 또 피어날지도 모르니까요.

 

국립국어원

 

www.korean.go.kr

 

오늘도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출처: 경향신문 한입 우리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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